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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작년쯤 썼던 추리소설 도입부

    이사악 이고레비치 티냐노프(Исаак Игоревич Тынянов), 아니, 이제는 그저 이사악 티냐노프는 오랫동안 아리아인들과 피를 섞어온 조상들의 노력이 색바랠 정도로 유대인의 전형이였다. 검은 곱슬머리와 어쩐 일인지 5도 정도 기울어져 있지만 여전히 인상적인 크고 긴 코, 주근깨 박힌 얼굴과 말 끝마다 “하지만.”을 붙일 것같은 불만스러운 표정 등이 그러했다. 하지만 그러한 인상이 어찌되었건 그와 조금만이라도 함께 한 사람들은 모두 그가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일반적인 유대인’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괴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티냐노프 가(Тынянов 家)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사악은 어릴 적부터 랍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자랐다. 심지어 명절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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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안될지도 몰라

    어릴 적의 이야기다.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다른 지역의 중학교로 진학한 나는 별로 친구가 많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그룹에는 끼어들 틈이 별로 없었고, 괴롭힘당하는 기간이 길어 음울한 쪽으로 변질된 성격을 받아줄 만한 아이도 없었다. 특별한 괴롭힘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도 없었다. 나 홀로 반에서 떨어져 있는 존재인 것처럼 시간만이 흘렀고, 1학년을 마치며 반에서 진행한 롤링 페이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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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산

    “은하씨는 자세가 안좋네.” 갑자기 매니저가 말했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집에 가려던 은하는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선 채로 그를 돌아봤다. 가는 것도, 멈춘 것도 아닌 그녀의 모습에도 아랑곳 않고 매니저는 혼자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듣고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두 손을 배꼽 위로 포개 얹었다. “봐요. 인사는 이렇게 하는 건데.” 그리고 그 두 손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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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피디아 _ 제11천년기 이후

    ko.wikipedia.org/wiki/%EC%A0%9C11%EC%B2%9C%EB%85%84%EA%B8%B0_%EC%9D%B4%ED%9B%84 찬란한 저 별들이 힘껏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매마른 대지는 서서히 열사하고 우주는 반복하지 않고, 세계는 언젠가 없는 것이 될 거란 진실을 외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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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소설의 종교적 색채

    과거 모든 문명권에서 나타난 종교의 원형은 늘 유사성을 띈다. 하나는 체계화된 도덕의 역할이다. 통치자, 혹은 부모 세대는 종교의 계율을 통해 선한 행위를 가르치려 했다.대다수의 율법에서 살인, 절도, 간통 등 범죄를 나열하며 금지하는 문구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역할은 인간 본연의 두려움을 억제하는 것이다.죽음 말이다. 사후세계는 종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로서 죽음이 끝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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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가 내린 날

    “우주가 내릴 때는 꼭 우산을 써야 해.” 소녀가 말했다. “우산.” “그래, 우산.” 노란 우비를 쓴 소녀는 자신의 체구에 맞는 아담하고 귀여운 노란 우산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럴 필요는 없을걸. 여긴 실내니까. 비가 내려도 맞을 일 없어.” “비가 아니야. 우주가 내리는 거야.”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무심코 소녀의 시선 끝을 올려봤다. 막혀 있는 천장과, 걸려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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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집사는 생쥐가 죽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썩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친하게 알고 지내던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 발치만 엿보아도 의젓한 미물이로구나, 하고 흠모해 왔던 것이다. 비록 모진 세상의 풍파로 때 묻어 거뭇거뭇 회색 빛이 감돌지만 감출 수 없는 귀티가 흐르는 은빛 털과 위세 좋은 발걸음처럼 우뚝 솟은 꼬랑지는 보기 꽤 좋았던 것이었다. 일찍부터 이런 자그마한 가정집에 붙어있기는 아깝다고 생각해 왔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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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병 外

    열병 지독한 열병이었다. 온몸을 관통하는 영감이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켰고, 끓어오른 피가 춤추며 떠올라 붉은 안개구름이 되어, 이윽고 아스팔트 위에 말라붙은 개구리처럼 수분기 하나 없는 시체가 되는 그런 열병이었다. 달빛은 태양만큼 밝았고, 어느 때는 낮인 것 같았고 어느 때는 밤인 것 같았다. 두 눈은 진작에 멀었거늘 파리의 겹눈처럼 열기만을 보고 이해했다. 그것은 영감이었다. 또한 끊임없는 마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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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지역에서는 비 대신 생선이 내린다고 한다.

    어느 지역에서는 비 대신 생선이 내린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세상에는 별 신기한 일이 다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렇게 신기한 생선비에 대해 잊어가던 나날, 어느 다른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봤다. <생선은 잠들면 머리를 아래로 하고 가라앉는다.> 그걸 보고 나는 깜짝 놀라서 깨달았다. 바다의 밑바닥과 하늘의 천장은 닿아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기상청에 전화했다. “저기, 죄송한데, 혹시 하늘 위에는 뭐가 있나요?”“하늘이라면 어느 정도 높이를 말씀하시는 거죠?”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하늘이라고 해도 이것저것 있을 것 아닌가. 나는 전화를 끊고 도서관에 가서 하늘에 대한 책을 빌려왔다. 그냥 하늘이라고 퉁쳐서 생각했었지만, 실은 하늘은 아주 많은 권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외기권, 그리고 우주까지. ‘우주도 하늘이구나.’ 나는 처음 안 사실에 순수하게 감탄하며 읽다가, 원 목표를 기억해내며 급히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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