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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리 – 동물 시체에서 사는 아이(3)
정유진에게 불쾌한 편지를 몇 통 받은 것만 뺀다면 중학교 시절 3년을 나는 즐겁게 보냈다. 그 때문에, 나는 유진이를 거의 잊고 지냈고 무심코 K 고등학교를 1지망으로 제출하고 말았다. 집이 가까운 만큼 나는 높은 우선순위를 받아 간단히 입학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실수였던 것이다. 당연히 옆집에 사는 유진이도 K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나는 다시 3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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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리 – 동물 시체에서 사는 아이(2)
알다시피 유진과 내가 계획한 끔찍한 범죄는 허사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우리의 공생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공생이라기보다는 상호 간의 기생에 가까웠다. 우리는 깨진 거울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와중에 흉한 모습만을 왜곡해서 부각했다. 그 아이와 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혐오감마저 느꼈다. 우리는 아침마다 서로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웠던 계획이 그들에게 들키지 않았는지 노심초사하며 정찰한 것이다. 그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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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리 – 동물 시체에서 사는 아이(1)
이 글을 읽는 사람 누구도 내 의도를 착각하지 않도록 서두에 명시한다. 나, 신예리는 정유진을 싫어한다. 좋아했던 적은 일생 한 번도 없었고, 그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단 한 번도 동정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죽은 이상, 얕은 인연마저 끊어졌으니 더이상 관계자로 남고 싶지도 않아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즉, 나는 누구도 이 글을 보고 내게 연락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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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록 –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 유충(3)
유진은 앞에서 3번째 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아직 자리를 배정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누구도 그 아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그 때문에 멀리서 내려다본 교실은 가운데가 둥글게 도려내어 진 기하학적인 형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1학년 당시에 그 아이가 품고 있던, 옅고 흐릿하던 공허한 공간이 그녀의 마음을 넘어 현실로 흘러나온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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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록 –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 유충(2)
늦었지만 저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K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영록입니다. 교사를 맡은 지는 올해로 꼬박 15년째가 됩니다. 가르치는 것은 1학년이지만,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2년 전, 사고 당시 유진이의 담임을 맡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도 곧 설명하겠습니다. K고는 이름처럼 K시 한가운데에 있는 고등학교입니다. 일반고지만 경쟁률이 심한 편이죠.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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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록 –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 유충(1)
저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있습니다. 무엇을 보더라도 우선 그것이 조화로운지 살피는 것입니다. 이 조화라는 것은 실로 한마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도 굳이 예를 들어보자면 가족사진을 보거나 할 때 그렇습니다. 아이의 이목구비가 부모와 닮은 것이 있는지, 부모와 아이가 비슷한 가격대의 옷을 입고 있는지, 우선 그런 것을 살핍니다. 유전자란 참 신기한 것이 못난 부모 밑에서는 못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