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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7월 11일 – 암탉

    최근 암탉 울음소리를 듣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주로 새벽 3시 40분쯤에 들린다. 닭은 주로 해가 뜰 때 운다고 알고 있는데, 실은 해가 뜨지 않아도 우는 것이다.그러니 무엇을 기준 삼아 울게 되는 건지 알기 어려워졌다. 제깟 것이 시계를 보는 법을 알지도 못할 텐데.자다가 깨면 기지개 켜듯이 우는 게 아닐까 생각해도, 그렇다면 암탉은 하루도 늦잠 자지 않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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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구성 성분

    “자기, 단 냄새 나지 않아?” “응? 그런가?” 여자가 코를 킁킁거렸다. “꼭 설탕 같아.” 심현은 어린 시절에는 최고의 아역 배우였고, 더이상 그렇게 불릴 수 없게 되자 최고의 아이돌이 되었고, 또 그럴 수 없게 되자 최고의 가수가 되었다. 이 나라에서는 누구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가 순회공연을 한 번 돌면 국적을 특정할 수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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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필 – 나는 결국 죽은 것밖에 사랑할 수 없다.

    나는 망망대해를 건너고 있다 일생 나는 불편을 느끼면서도 도통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르다가, 어젯밤 침대에 누워 별과 창문의 노래를 듣다가 간신히 알게 되었다. 내게는 생명의 자격이 없다. 나는 생식을 혐오한다. 다른 생명을 먹어 양분 삼는 것은 물론이며,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 불안한 내 의식과 이성을 맡기고 잠들고 싶지도 않으며, 성애는 혐오의 절정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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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아지 배신감

    강아지는 언젠가 사람만큼 클 거라고 믿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죽어갈 때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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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자 단편 (주제 : 황금 도롱뇽)

    “사금을 찾으려고 무식하게 강을 뒤집어 놀 필요는 없어.” 노인이 말했다. “도롱뇽 한 마리를 상류에 흘리고, 아래서 기다리는 거야. 하루, 이틀, 며칠쯤 지나면 먹이를 찾아 슬금슬금 내려오는데, 흘려보낼 때랑 똑같은 놈이면 꽝이고 몸이 반짝이면 대박이지. 우리는 그걸 황금도롱뇽이라 부르는데, 강에 금이 있다는 뜻이거든. 그러면 그때부터 강을 퍼올려 사금을 캐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도롱뇽의 피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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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스팸문자발송기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안경점에서 문자가 왔다. ‘(광고) <스마트 안경점> OOO 고객님, 생일 축하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제서야 나는 내 생일을 알게 되었다.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내 생일을 십 년도 전에 방문한 안경점의 문자 발송기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자 목록을 위로 올리면 매년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내용은 문자가 날아오고 있었다. 나와 문자 발송기의 기묘한 우정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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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팝니다 (생활 기스 있음)

    “진짜, 진짜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 주세요. 이런 매물 쉽게 안 올라온다니까요.” “아니, 이게 생활 기스 수준이라고 퉁칠 수준이냐고요. 물건이 이러면 버려야지, 이런 걸 무슨 양심이 있어서 옥션에 올려요? 우리는 이런 거 취급 안 해요, 나가요.” 오늘(*)만 벌써 다섯 번째 축객령이 내려졌다. 나는 준비해 온 자료들은 주섬주섬 챙겨 거래소를 빠져나왔다. 2급 거래소는 거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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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도가

    一性圓通一切性 한 성품이 모든 성품에 원만히 통하고 一法徧含一切法 한 법이 두루 모든 법을 품으며 一月普現一切水 한 달이 모든 수면의 위에 뜨고 一切水月一月攝 모든 수면의 달은 한 달에 수렴하니 諸佛法身入我性 온 부처의 법신이 나의 성품에 들어오고 我性還共如來合 나의 성품이 다시금 여래와 하나 된다. – 증도가(證道歌), 현각(玄覺, 647∼713)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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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승의 모습 外

    어느 날, 선생님이 내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콘솔 창을 켜더니 이런 것을 입력했다. Weight : 36.4kg 그러자 목각인형이 마치 춤추듯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잘 봐라, 이게 저승의 모습이란다. 그 모습을 나는 언제까지고 가만히 응시했다. ㅡ 나는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방문하는 것이 싫었다. 그 집 현관에 있는 전시장 안에는 박제된 라쿤의 박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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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쟝의 세 번째 이빨 (1)

    쟝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만남을 기억했다. 그건 6살 무렵, 딱딱한 빵을 씹던 때였다. 빵을 물어 뜯다가 평소와 달리 혀 근처가 허전하고 입에 찬 바람이 든다는 걸 깨달은 쟝은 즉시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체감했다. 그 광경은 선명히 떠올랐다. 창밖의 바람이 불때마다 털지 않은 커튼에 쌓인 먼지가 방 안을 떠다니고, 정오 무렵의 햇살에 방바닥의 곰팡이가 선명하게 보이고, 물때와 케첩이 묻은 테이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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