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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4일 – 포르노의 시대
관능은 오래도록 인류에 기생해왔다. 이른바 삼대 욕구라고 하는 것 중에 성욕을 대리 충족하는 형태로 말이다. 당사자가 스스로 충족하는 것도 아닐진대, 사람은 본능에 따라 관음을 즐겨왔다. 인류에게서 동물적인 본성을 거세할 수라도 없는 한, 이런 욕구가 사라질 리는 없다. 한편 21세기에 와서 대두된 또 하나의 포르노가 있다. 먹방 말이다. 사람이 많이, 혹은 맛있게 먹는 것을 지켜볼 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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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9일 – 분해
도무지 뭘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그 사실이 너무 분하고 부끄러워. 어릴 적에나 하던 나쁜 생각이 다시 스물스물 떠오른다. 왜 나는 남들만큼 건강하지 못할까? 평범에 대한 미련은 제법 떨쳤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때면 늘 그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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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5일 – 작가를 꿈꾸며
연재 지연이 장기화 되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초기에는 빠르면 6시간, 평균 12시간에 1편씩 작성했으나, 요즘에는 최소 24시간에 늦어지면 끝도 없이 늘어지는 작업이 계속된다. 작업 중에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몸이 멋대로 일찍 일어나 버린다. 날이 어두운 걸 보고 놀라며 깨어 시간을 보면 서너 시간쯤 지나 있다. 기상 후에는 세수만 급하게 하고 자리에 앉아서 작업을 시작한다. 커피는 조금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전날 따라놓은 물을 끓여 마신다. 생수를 쓰자니 돈이 아깝고, 공용 정수기는 멀리 있어서 물을 따르러 가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끝이 언젠지 모를 작업 속에서 나 자신을 독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정 공지 등을 작성해보나, 최근에는 지킨 기억이 별로 없다. 마음만 쓰이고 독자에게 거짓말만 하는 셈이라, 이제는 잘 안하고 있다. 그래도 잘 쓰일 때는 기분이 좋지만, 그러지 않은 때는 온갖 비관적인 생각이 찾아든다. 티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가끔씩 분출하는 감정이 인터넷에 하나씩 기록으로 남는다. 정신을 수습하고 지우는 건 내 몫이다. 안 그래도 바쁜데 과거의 나는 허튼 일만 늘리는 귀찮은 녀석이다. 이러다 보니 연재 시작 후 눈에 띄게 나빠진 것은 역시 건강이다. 잘 움직이지 않다 보니 근육이 약해져서, 조금만 걸어도 탈진이 찾아와서 글을 쓰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운동량을 줄이고, 체력이 줄어드니 작업이 밀리는 악순환이 완성되었다. 시력도 크게 나빠졌다. 이는 작업도 작업이지만 내 잘못도 있는데,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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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5일 – 절필
나는 수많은 밤을 고흐와 지새웠다. 덕분에 뭇 호사가들이 묻곤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안다. 평범한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삶을 사는 것과, 불운한 예술가로서 불후의 걸작을 남기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나은 삶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고흐의 대답은 분명 이렇다. 물을 것도 없이 평범한 예술가의 삶을 살겠노라고. 나는 그의 현명한 답변을 존경한다. 영원에 이른 그의 천재성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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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4일 – 미쳐가다
가다, 行く, go. 공교롭게도 세 언어 모두 변화를 나타내는 진행형에, 출발, 이동의 의미를 가진 동사를 사용한다. 내 경험상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번역 과정에서 생긴 언어의 변화였다. 불어와 독일어 사전에서 go mad와 일치하는 표현을 찾은 바, 각기 devenir와 werden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두 단어에는 go처럼 복합적인 의미는 없이, 변화에 치중한 ‘되다’의 의미만 강조되어 있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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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3일 – 이상한 쪽지
좋아하는 작가님에게 쪽지를 받았다. 안에는 나를 유명한 작가님이라고 수식한 문장이 있었다. 뭔가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괴리감, 소설로 치자면 좋은 도입부가 아닐까. 나는 달리 유명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능력도 출중하지 않다. 정말 이상한 일. 답장을 어떻게 보내야 하지? 유명한 사람처럼 답장을 보내면 이상할 것 아니야. 정말 이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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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5일 – 사과 주스
사과 주스를 쏟았다. 컵에 담지 못했으니 엎지른 것보다는 쏟은 게 맞다. 닦는 동안 굉장히 서운했다. 손을 닦으며 거울을 보니 얼굴이 빨갰다. 아마 추워서 그렇겠지. 그뿐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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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5일 – 한낮의 각성
잠에서 깨어나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엔 무서워서 울고 말았다. 한동안 희미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급작스럽게 돌아온 것이다. 말하기도 새삼스러운 것이지만, 죽음 이후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아와 인식은 결국 뇌와 척추를 통한 전기 자극과 그에 따른 신호일 뿐, 한 번 망가지면 돌이킬 방도가 없다. 사후세계도, 소생도 없다. 죽음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는 것이다. 간신히 다가오는 수명에 담대해졌건만, 이래서는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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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일 – 키리에 엘레이손
하느님, 내게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단 하나만 허락해주세요. 안락한 삶 대신에 열정을, 꺼지지 않는 불과 같은 갈증만 남겨주세요. 부족함과 타협하지 않도록, 생명에 미련 갖지 않도록, 넘치는 기름과 향유 대신에 한 방울 눈물만 흘려주세요. 나의 고통을 돕지 말고 그저 불쌍히 여기소서. 그저 한없이 불쌍히 굽어 살피소서. 키리에 엘레이손. 키리에 엘레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