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에서 머리가 자란 날 外

    나무에서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떡잎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영락없이 머리다. 태아처럼 투명하고 만지면 푸욱 꺼지는 부드러운 머리였는데, 점점 커지더니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검은색이었는데, 머리카락이 까슬 거리는 직모라 쓰다듬으면 찔리고 말았다. 찔린 자리에서 피가 나길래 만지는 것은 그만뒀다.

    눈꺼풀은 있었는데 언제나 감고 있어서 눈알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열어젖힌다면 확인은 할 수 있겠지만, 내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나는 언제든 나무가 나를 엿볼 수 있겠다 싶어서 불을 끄고 커튼을 쳤다. 귀도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무도 노래를 들으면 잘 자란다는데, 그렇다면 귀를 달 것도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원예가가 아니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이었다. 머리는 가끔씩 우물거리기도 하고, 혀를 내밀기도 하고, 목소리도 왕왕 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걸까 싶어서 귀를 들이밀었더니 그대로 귀를 물렸다. 귓바퀴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머리는 계속해서 커지더니 어느새, 내 머리보다 조금 더 큰 것이 되었다. 어디까지 자라나 계속 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말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나는 기분 나빠져서 나무를 베어버렸다.

    아기는 섭씨 15도에서 25도 안팎의 온도에서 태어난다. 습도는 60%가 적당하며, 시간은 해가 진 뒤가 적당하다. 여름에는 주로 22시에서 2시 사이이며, 겨울에는 18시에서 24시 사이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피부가 건조하니 따뜻한 물로 적신 수건으로 덮어주는 것이 좋다. 아기는 종종 물에서 태어나는데, 이 경우 재빠르게 건져줘야 한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헤엄을 칠 줄 알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으나 10분에서 20분 사이는 물에 방치 해도 문제없다. 주변에 뜨거운 물건이 있는지 신경 쓰는 것이 좋다. 갓 태어난 아기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검은 상복을 입은 내 모습.

    너무 아름다워 몇 시간이나 쳐다보고 말았다.

    관에 누워있는 누군가는 한없이 나를 기다린다.

  • ,

    고아 外

    고아는 어미를 찾고 있다.

    슬픈 눈을 한 고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제 어미를 찾고 있다.

    간신히 기억하고 있는 어미의 얼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도 어미를 닮지 않은 낯선 어른이 다가온다.

    고아는 겁먹은 표정으로 어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고아는 슬픈 눈으로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톱이 좀처럼 자라지 않아 엄지손가락 살을 벗겨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옆으로 길게 자라 있었다.

    잘 보니 반달 모양이라 맞은 편도 벗겨보니 둥근 원 모양이 되었다.

  • ,

    고독

    작업이 장기화되면 어느 순간부터 뭐가 흥미로운 전개인지 잊게 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는 길을 잃었다고 표현하는 순간이다.

    이럴 때는 도무지 객관화가 되질 않는다.

    어떤 내용을 쓰고 있고, 또 어떤 전개가 필요한지도 모른 채, 각 편의 의의만을 생각하게 된다.

    이때마다 감각을 되찾고, 제대로 된 방향을 찾기 위해 며칠씩 유예를 들이곤 한다.

    하지만 이때마다 실은 상담을 하면 더 간편하겠다는 생각을 왕왕 한다.

    나 자신의 철학에 위배되는 일이지만, 실제로 그 편이 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다.

    우선은 나는 내 글을 읽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탓이다.

    그야 많은 사람이 읽지 않고, 내용 또한 기괴하니 감내할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때때로 고독에 파묻히는 심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적자를 내며, 실체 없는 독자를 상대로, 몸을 해쳐가며 이런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가 뭔가 하고 말이다.

    자기만족이란 자신을 탐구하기 귀찮은 자가 떠올릴 만한 게으른 표현이다.

    우선 이유를 찾자면, 나는 본편에서 내가 살아갈 의미를 찾고 있다.

    집필을 멈춘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일 터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나 생에 미련이 많던가?

    그리 생각하면, 내가 이토록 괴로워 하는 이유가 뭔지 또 미궁에 빠진다.

    개인. 개인. 개인. 참 모르겠다. 머리가 어지럽다. 졸린 걸까?

  • ,

    “an dTigerna, saoi saoi.”

    “an dTigerna, saoi saoi.”
    (Our lord, sage of sage.)

    이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사료가 턱없이 부족한 게일어 문법을 전부 공부할 수는 없는 통에, 창작자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용례에 의존하여 작성하였다.

    그러니 완벽한 문장은 아닐지 몰라도, 부디 양해를 구하며 이하 참고한 문법 자료 밑 용례를 정리하여 첨부한다.

    de : 일반적인 의미에서 of
    다만, Lord of lord를 Tiarna tiarna로 표기하듯, ~ 중의 ~의 용례에선 생략된다.

    Saoi : 아일랜드 Bardic School의 교장에게 주어지던 칭호.
    현재는 아일랜드 정부가 수여하는 명예 칭호로 사용된다.

    Bardic School에 대하여 주로 참고한 사료는 아래 사이트.
    what-when-how.com/medieval-ireland/bardic-schools-learned-families-medieval-ireland/

    현인, Sage와 1:1로 대응한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Clonard Abbey의 abbot에 대응하는 케이시 오’ 제럴드를 수식하기엔 재미있는 표현이라 생각하여 채택했다.

    Tigerna
    Tiarna(아일랜드 어), tighearna(스코틀랜드 어)의 원형, 고대 게일어
    현재 사용되지 않는 사어이다.

    최고 지도자를 의미하며, 고전적인 의미(라틴어)를 강조하기 위해, 구태여 사용하였다.
    현대 문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

    our의 의미로는 ár n가 아니라, An d.
    이어지는 단어가 모음으로 시작하는지, 자음으로 시작하는지, 그리고 단어의 특성이 중요한듯.

    용례 정리

    1.

    bróga -> ár mbróga (shoes)

    athair -> ár nathair (father)

    2.

    airgid, obair, cearc -> ár gcuid airgid, oibre, cearc (money, work, hens)

    (gcuid의 경우 mass-nouns에 주로 사용)

    3.

    an mac is sine againn (Our eldest son)

    má theipeann an misneach againn (If our courage fails)

    níorbh é an chéad uair againn é (It was not our first time)

    4.

    ár mbrógana iad seo (These are our shoes)

    ár gcuidne airgid, ár gcuid airgidne, é seo (This is our money)

    5.

    an teach seo againne (Our house)

    an mhuintir seo againne (Our people)

    na는 독립적으로 our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나, 문장의 서두에는 쓰이지 않는 듯하다.

    (대신 ar-na… 같은 형식으로 사용되는듯.)

  • ,

    연재 중단 후기

    <좀비가 한 명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는 2019년 브릿G 좀비 문학 장편 소설 부문에 제출하기 위해서, 대략 2주 정도 동안 준비했던 장편 소설이다. 당시에는 거의 일일연재의 추세로 연재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중학교 이후로 처음 써본 장편 소설이라서 그럴까, 아무래도 사이트 내에서 반응이 좋지 않아서 수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연재를 멈췄었다. (최신화는커녕 몇 편간 조회수 0회!)

    나 개인의 평가는 어떤가 하면은, 사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정말 재밌는 글이다. 이어질 내용은 더욱 흥미진진하겠지. 하지만 내가 대중적인 취향에서 괴리되었다는 것만 통감할 뿐이었다….

    언젠가 마저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이만큼 재밌는 글이었으니까, 성실하게 완결을 냈다면 동상이나 은상 하나쯤은 손에 쥐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 역시 나밖에 없구나 하는 감상도 좀 들고, 이런 글을 다시 이어서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생각보다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유감천만.

전체글 작업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완결) 단편 기타 유서 일기 수필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