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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예리 – 동물 시체에서 사는 아이(3)

    정유진에게 불쾌한 편지를 몇 통 받은 것만 뺀다면 중학교 시절 3년을 나는 즐겁게 보냈다. 그 때문에, 나는 유진이를 거의 잊고 지냈고 무심코 K 고등학교를 1지망으로 제출하고 말았다. 집이 가까운 만큼 나는 높은 우선순위를 받아 간단히 입학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실수였던 것이다. 당연히 옆집에 사는 유진이도 K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나는 다시 3년간 정유진의 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걱정과 별개로, 나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학교가 다시 중학교와 다시 멀어진 탓에, 내가 사귄 새로운 친구들은 대부분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K 고등학교에는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아직도 이런 학생다운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그런 걱정은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입학식 날, 불안한 마음으로 등교한 나를 초등학교 동창들이 알아본 것이었다. 다행히 나를 좋게 기억해 줬는지, 3년간의 공백은 없었다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나는 그룹마다 본 적 없는 아이들이 끼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학교 공백은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의 경고를 충분히 이해했다. 아는 척 해줬다고 눈치 없이 친구인 양 행세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번갈아가며 초등학교 동창 애들을 만났는데, 어느 그룹에도 유진이 없다는 걸 알았다. 입학식 행사 내내, 나는 무의식적으로 유진을 찾았는데, 그 아이와 만난 것은 행사가 다 끝난 뒤, 교문 앞에서였다.

    3년만에 만난 유진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초라했다. 그래도 어릴 적에는 나름 볼살이 귀여웠는데 지금은 양 뺨이 쏙 들어가 그저 메말랐고, 키는 조금 컸지만 팔다리가 너무 얇아 나뭇가지 같았다. 무엇보다 앞을 보고 걷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푹 숙인 고개가 한심해 보였다. 그 아이가 그런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자, 나는 무심코 내가 아닌 내 뒤에 있는 누군가를 본 것이기를 바랐다. 불행하게도 그 아이는 정확히 내 앞에 멈춰서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자 작은 입의 안쪽으로 덧니가 보였다.

    “예리야, 오랜만이야! 너 하나도 안 변했구나!”

    그리고 목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 사람과 대화하기 딱 맞는 목소리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며칠 동안 다른 사람과 대화한 적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우리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기억 안 나? 나야! 옆집 사는 정유진! 우리 어릴 적에 단짝이었잖아!”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유진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다급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 멍청한 아이는 진심으로 내가 자기를 까먹었을 거라 믿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여전히 지나치게 목소리가 컸다. 학생들은 제 갈 길을 가며 우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호기심이 아니란 것을 눈치챘다. 그 아이들은 유진이 아닌 내 쪽을 보며 조롱 섞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유진의 의도가 이해가 됐다. 그 아이는 자신에게 친구가 있다는 것을 주변에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어떤 대우를 받을지 생각도 못한 채로 저 혼자 절박하게 살아남으려고 한 것이다. 어릴 적이랑 똑같았다.

    “미안한데 나한테 아는 척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내가 말했다. 생각보다 차가운 목소리가 나와 놀랐지만, 그 정도가 딱 좋았다. 그러자 유진은 예상도 못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게 연기인지, 아니면 정말로 의외라고 생각한 것인지 몰랐다.

    “예리야,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너랑 얘기하는 거 부끄러우니까.”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대답하지도, 나를 쫓아오지도 않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옷에 개미 시체를 문지르던 유진은 이미 없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이미 실패를 만나면 체념하는 것이 버릇이 든 것이다. 뒤쪽에서 다른 학생들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말한 것이 정답이었는지, 다음 날부터 나는 아무 문제 없이 새 친구들을 사귀고 그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유진과는 다른 반이 되었다. 그렇게 3학년까지 정유진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여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게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는지 몰라도, 2학년쯤부터 유진이 남학생들과 어울린다는 안 좋은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에게는 여성적인 매력이 전혀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었으니까. 나는 순진하게도 여성을 파는 것에도 조건 같은 것이 필요하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신감 없고 못 생긴 아이를 남학생들이라고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 예상과 달리 소문은 날이 갈수록 살이 붙었다. 그 아이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문까지 이르러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남자는 내 생각보다 멍청한 건가. 나는 별 관심 없었지만, 유진이가 남자와 사귄다는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다. 왕따와 사귀는 멍청한 남자가 누군지 다들 궁금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점부터 더 들려오는 소문이 없자, 친구들은 금방 다른 화제로 넘어가게 됐다. 나는 고작 옆 반의 일인데 소문이 끊긴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진상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이었다.

    아, 정유진은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유진이가 죽은 뒤에 나는 당연히 기자들이 그 남자애를 찾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별 관계도 없는 나만이 이상할 정도로 표적이 되었다. 뭔가 이상해서 찾아보니, 그 아이가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도 그 남자애가 주변에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일 터다. 그 둘의 교제는 애초에 그리 건전한 연애가 아니었으니까, 교사들이나 관계없는 학생들은 몰랐을 것이다. 부디 박서한, 그 좆같은 강간범 새끼를 찾아가보길 바란다.

    어쨋건, 나는 1, 2학년 때도 최대한 정유진을 피해 다녔다. 등교도 무리해서 30분씩 일찍 하고, 하교도 일부러 더 늦게 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더 공부하겠다고 말하면 12시까지 문을 열어줬기 때문에, 야자가 끝나는 10시부터 30분이나 1시간씩 더 늦게 가는 식이었다. 나는 반장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더 하고 가겠다는 핑계도 간단히 먹혔다. 어른들은 반장이라고 하면 쉽게 모범생 같은 것은 상상하니까,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하여튼, 나의 그런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이 다했는지 3학년에 와서 나는 정유진과 같은 반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첫날부터 그 아이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걸 줄 알았다. 멍청한 아이니까 굳이 눈치 없이 옛날의 우정 따위를 운운하면서 굳이 상처를 받은 뒤에야 떨어져 나갈 거라 생각한 거다. 그렇지만 의외로 유진은 첫날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교실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말이 없는 아이가 아닐 텐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머지않아 그 아이가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어린 시절의 정유진과 다른 사람이었던 것을 순진하게도 나는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러서야 깨달은 것이다. 덧니, 그 빌어먹을 덧니가 여전히 입에 남아 있는지, 아니면 중학교에서 봤던 그 멍청한 왕따처럼 교정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 아이는 입을 열질 않았다.

    3학년 등교 첫 날, 나는 교실에서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남학생과 여학생 그룹이 나뉘는 것은 흔하게 있는 일이었지만, 남학생들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담임 선생님이 들어온 뒤로 더욱 이상했다. 담임은 1학년 수학 선생이었는데, 중년에 결혼도 하지 않은 선생이 훈계를 빙자한 성희롱 같은 소리를 한다고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독 평판이 안 좋았다. 그 선생도 말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무게를 잡았다. 나만 그것을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내 옆에 앉은 학생이 선생이 폼을 잡는다고 킥킥거렸다. 그렇지만 교실에서 그보다 깊은 것을 눈치챈 것은 나뿐이었다. 오로지 시체 냄새나는 개미굴에서 아양 떨며 살아온 나였기에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유진의 몸을 향했다. 남학생들과 심지어 교사마저 음탕하게 그 궁상맞은 몸을 훑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무심코 토할 것 같았다. 그 장소에 있는 사람은 모두 죄인이었다. 남자들은 강간범이었고, 여자들은 공모자였다. 나는 오랜 세월을 관찰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보다 큰 죄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유진이가 죽었을 때, 날아간 다리가 20m 밖에서 발견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나는 문득, 순진한 얼굴로 개미의 다리를 옷에 문지르던 유진이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 아이가 죽었을 때, 몇 명이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까. 좀비라면 죽어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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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예리 – 동물 시체에서 사는 아이(2)

    알다시피 유진과 내가 계획한 끔찍한 범죄는 허사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우리의 공생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공생이라기보다는 상호 간의 기생에 가까웠다. 우리는 깨진 거울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와중에 흉한 모습만을 왜곡해서 부각했다. 그 아이와 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혐오감마저 느꼈다.

    우리는 아침마다 서로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웠던 계획이 그들에게 들키지 않았는지 노심초사하며 정찰한 것이다. 그리고는 지난 밤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에 안도하며 같은 등굣길을 걸어 학교를 향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한 마디의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친구가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다행히도, 우리의 이런 불편한 기생 관계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사실상 끝나게 되었다. 우리 빌라는 K 초등학교와 K 중학교의 중간쯤에 있어, 이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보통 K 초를 졸업하고 K 중으로 진학하게 된다. 그래서 주변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들은 모두 K 중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나는 아버지를 설득해 멀리 떨어진 K 여자 중학교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버지도 내가 공학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허락해 줬다. 어머니는 탐탁지 않아 보였지만, 집안에서 어머니의 의견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K 여자 중학교는 K 중학교에 비하면 우리 빌라로부터는 꽤 떨어져 있었다. 동네에 있는 모든 교회를 찍고 돌아가는 마을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걸어서는 1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나는 작고 흔들리는, 그리고 사람이 많은 버스를 타는 것이 싫어서 걸어서 등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덕에 나는 남들보다 1시간은 일찍 집을 나오고, 1시간은 늦게 집에 돌아왔다. 내가 예상한대로 유진은 K 중학교에 진학했고, 그렇게 사실상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사라졌다. 덕분에 나는 3년간, 유진과 이웃집에 살면서도 그 아이로부터 해방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정든 초등학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침 일찍 일어나 한참을 걸어야 하는 것도 그 대가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다.

    걱정한 중학교 생활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여자 중학교 특유의 단결력 덕분이었다. 아이들은 번갈아 타겟을 정해서 왕따 시켰고, 그 무리에 낄 수만 있으면 금방 친구를 만들 수 있었다. 아버지를 닮은, 기가 쎄보이는 날카로운 눈초리 덕분인지, 아니면 단순히 공부를 잘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지역에서 온 입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타겟으로 잡히는 일이 없었다.

    특히나 오래 괴롭힘을 당한 아이가 있었는데, 자그마치 1학년 1학기 중반부터 3학년 졸업할 때까지 괴롭힘이 이어졌다. 성적은 중상위권은 했고, 커다란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메고 다니는 아이였다. 조금 눈에 띄는 점이라면 덧니 때문에 입이 약간 튀어나온 정도였는데 애교로 봐주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것도 충분한 명분이 되었는지, 집요하게 그 아이의 외모를 빌미 삼아 괴롭혔다.

    내가 보기에는 괴롭히는 애들 중에서도 그 아이보다 못생긴 아이도 제법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정말로 그 아이가 못생겨서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어른들이야 괴롭힘의 원인을, 무리에 찬동하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 것이나,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에 대한 적개심 같은 다양한 이유로 설명하지만, 직접 관찰한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마 재밌으니까 그랬겠지. 오로지 괴롭힘당하는 아이만 바보같이 그 말을 믿고, 치아 교정을 하거나 화장을 하거나 했지만, 그것도 괴롭힘의 소재로 이어질 뿐이었다.

    이렇듯, 나는 즐겁게 중학교 생활을 보냈다. 평범한 중학생 같은 충실한 나날이었다. 그런 나의 일상을 어떻게든 망치고 싶었는지, 유진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편지를 보냈다.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데 무려 우표까지 붙여서 우체국을 통해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아둔한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그 아이는 그 한도를 모르는 것 같았다. 당연히 나는 대부분 찢어서 버렸지만, 깜빡한 것이 있는지 얼마 전에 방을 정리하다가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해 여기 끼워 놓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것도 버리고 싶었지만, 그 아이가 남긴 유품이라 생각하고 남겨두기로 했다. 더욱이 나보다는 가십거리를 찾아다니는 기자들에게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다시금 읽어보니 기억보다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마치 그것을 사실로 여기는 듯이 망상을 늘어놓으니 모르는 사람은 속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내용을 읽기 전에, 혹은 이미 읽은 사람에게 당부하지만, 쓰여있는 내용과 달리 우리 사이에는 어떤 우정도 없었다. 실제로 나는 한 번도 답장을 보낸 적이 없었고, 편지를 보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일방적인 묘사와 달리, 나는 그 아이를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 아이도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 그 아이는 타고난 거짓말쟁이라, 적혀 있는 내용 중 대부분이 잘 짜맞춰 진 헛소리인 것이다. 나는 중학교 3년 내내 그 육교를 건너지도 않았다.

    예리야, 잘 지내고 있니?

    이렇게 말하려고 하니까 이상하네. 우리는 바로 옆집이니까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화하고 얼굴 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만 너와 내가 만나지 못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아. 1년 정도 되었을까? 너와 같은 중학교에 갔더라면 매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지금도 후회돼.

    사실 나는 너한테 편지를 보내면 안 돼. 너희 어머니께서 내게 너와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거든. 그렇지만 이건 편지니까 엄밀히 말하면 만나는 것에 들어가지는 않지? 그래도 안된다고 생각하면 그냥 이 편지를 읽지 말고 버려주렴. 그냥 버리면 너희 어머니가 주워서 볼 수도 있으니까 갈기갈기 찢거나 태워서 버리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 물론 너는 똑똑하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걱정돼서 말해봤어. 기분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네. (물론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어줘도 돼! 대신 들키지 않으면 좋겠네!)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니? 부끄럽지만 나는 별로 친구를 만들지 못했어. 아는 애들이 대부분 다른 반이 됐거든. 나 빼고 다른 애들은 다 아는 사이였는지, 처음 반이 잡힌 날부터 서로 떠들고 있었어. 처음 몇 번은 걔네와 같이 밥을 먹거나 얘기하기도 했지만, 나는 역시 혼자 있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서 어울리는 걸 그만뒀어. 그렇지만 오해하지 말아줘. 걔네는 좋은 아이들이고, 나는 딱히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역시 너하고 같은 중학교를 다니는 게 좋았을 것 같아. 그러면 반이 달라도 쉬는 시간에는 만날 수 있으니까.

    K 여중 생활은 어떻니? 여중이니까 K 중하고는 분명 다르겠지? 중학교에 올라오니 남자아이들은 더 이상해졌어. 매일 야한 얘기를 하고, 엄청 시끄럽고, 이상한 냄새가 나. 체육 시간만 끝나면 반에서 땀 냄새가 엄청 나는데 정말로 나는 그런 지독한 냄새는 살면서 처음 맡아봤어. 남자애들은 반에서 뛰어다니는데, 그때마다 책상을 강하게 치고 가. 어릴 때는 그래도 내가 더 키가 커서 괜찮았지만, 요즘은 남자애들이 나보다 키가 더 커서 조금 무서워. 역시 나도 여중에 들어가는 게 좋았을 것 같아.

    요즘에는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고 있어. 좋은 책이라 너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라는 책인데, 혹시 읽어본 적 있니? 거기에 보면 원래 살던 별에서 떨어져 나와 고향별에 있는 장미 친구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어린 왕자가 나오는데, 나는 그 모습이 왠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생이별한 건 아니지만 내가 항상 너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사실 나는 얼마 전에 너를 본 적이 있어. 우리 집 앞에 있는 육교 알지? 우연히 길을 가는데 육교를 건너가는 네가 보이더라. 반가워서 말을 걸까 하기도 했는데, 네 표정이 유독 어두워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어. 지금 생각하면 아마 말을 걸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어야 했던 것 같은데 미안해.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편지를 쓰고 있는 건 사실 그것 때문이기도 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거든.

    괜찮으면 언제라도 답장 보내줘. 물론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돼. 그러면 너는 아무 일도 없었고, 내가 공연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너의 소꿉친구, 정유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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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예리 – 동물 시체에서 사는 아이(1)

    이 글을 읽는 사람 누구도 내 의도를 착각하지 않도록 서두에 명시한다. 나, 신예리는 정유진을 싫어한다. 좋아했던 적은 일생 한 번도 없었고, 그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단 한 번도 동정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죽은 이상, 얕은 인연마저 끊어졌으니 더이상 관계자로 남고 싶지도 않아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즉, 나는 누구도 이 글을 보고 내게 연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 아이는 그저 불쾌한 안개 같은 것으로 남아 있고, 그 자취가 나를 쫓는 순간, 그것은 그저 망령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드디어 자유의 몸이거늘, 실체없는 망령 따위에게 사로잡힐 수는 없다.

    우리 가족이 K시의 빌라에 들어온 것은 내가 5살 무렵이다. 빌라 건물은 30년이나 된 낡은 것이라, 아무리 페인트를 칠하고, 벽지를 새로 발라도 덮을 수 없는 매캐한 냄새가 벽지 너머에서 새어 나왔다. 거대한 동물의 시체 속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건물 외벽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돌출형 베란다는 뼈다귀 같았고, 거기 얹어진 커다란 에어컨 방열기는 여름마다 뜨거운 열을 사방으로 뿌려댔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유행이었는지, 낡은 건물이 많은 K시 곳곳에서 그런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코끼리의 무덤에 대해 떠올렸다. 코끼리들은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무리를 떠나서 대대로 조상이 숨을 거둔 무덤에서 때를 기다린다고 하지 않는가. 만약 아파트가 코끼리의 시체라고 하면 거기에 모여들어 사는 우리는 뭘까? 작은 쥐? 아니, 아마도 개미 같은 것이겠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살던 빌라에는 개미가 많았다.

    내 신세를 개미에 비유했지만, 사실 개미는 그런 것보다 거주민의 원수 같은 존재였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소동처럼 보였던 개미는 사실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개미는 집 안의 모든 그늘진 틈새 사이에서 줄지어 기어나왔다. 청소기를 돌리거나 약을 치고, 업체를 불러도 잠깐 모습을 감출 뿐, 한, 두 주가 지나면 전혀 다른 곳에서 기어 나오기 일쑤였다. 음식 부스러기라도 흘리는 날에는 개미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욕조에 물을 받자 개미가 둥둥 떠오르기까지 했다. 어렸을 적이라 어려운 이야기는 몰랐지만, 주민 회의 등에서도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뤘다는 것 같았다.

    어린 나는 아무리 쫓아내도 돌아오는 개미를 보고, 개미가 벽 사이에 산다고 믿었다. 벽지와 벽지 사이, 철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그 회색빛 공간을 굴처럼 뚫어 바글대며 행진하는 개미떼를 상상했다. 벽에 귀를 가져대면 사각이며 벽을 갉아 먹는 개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상상 속에서 개미들은 뼈로 된 발톱으로 벽지를 긁으며 올라가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언제나 그 끝에는 비명과 울음소리가 뒤따랐다. 나는 결국 건물이 거대한 개미 집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방인은 우리였다. 우리가 그들에게 얹혀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이후, 나는 개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개미들은 벽지 너머에서 작은 구멍을 뚫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방에서, 내 일거수일투족은 완전히 감시되고 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밟아버릴까 싶어, 집 안에서는 언제나 바닥을 보며 걸었다. 가끔 실수를 가장해 바닥에 음식 부스러기 같은 것을 흘려 공물을 바치기도 했다. 대신에 밤에 내 몸을 갉아 먹지 말아 달라고 그들에게 간절히 아양을 떨어댄 것이었다.

    벽에 귀를 대면 언제라도 개미의 고함소리가 들려 왔다. 긁는 소리, 둔탁한 충격음, 웅성거림, 고함 소리. 마치 성인 남자의 목소리 같았다. 그 끝에는 언제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비슷한 아이의 울음 소리.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유진이 살던 집은 내 방과 벽이 맞닿아 있었고, 내가 개미의 것으로 생각한 그 공포스러운 소리는 모두 그 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유진과 나는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 멀리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었기에 우리가 갈 곳이라곤 집 앞 놀이터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진과 처음 만난 순간, 강렬한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에게는 도망자였다. 나는 개미로부터, 유진은 어른으로부터 도망쳐 나왔다. 우리 둘의 나이는 같았고, 키도 비슷했지만 그런 것은 사실 관계없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마주친 순간, 서로를 사슬로 얽매고 마는 그런 운명이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 아이와 친구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도 그 사실을 알았다.

    여느 때처럼, 나와 유진은 놀이터에 나와 있었다.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거의 항상 같았다. 나는 언제나 감시당하고 있고, 유진의 부모님은 언제나 싸웠으니까. 같은 도피처를 공유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떨어질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그네를 타고 있었고, 유진은 시소를 타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정말 멍청한 아이였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한 그런 아이였다. 나는 모른 척하며 혼자 그네를 탔다. 그러다 문득, 다리가 간지럽다고 느껴 고개를 내렸다. 다리 위에는 개미 한 마리가 내 몸을 기어 올라타고 있었다. 나를 거대한 먹이라고 생각한 건지, 나무와 헷갈리기라도 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네에서 떨어졌다.

    “왜 그래?”

    유진이 혼자 놀던 시소에서 뛰어내려 내게 달려왔다. 나는 제대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마 울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유진은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그 큰 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엄지와 검지로 짓이겨 죽였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그로테스크한 환영이 떠올랐다. 늦은 밤이다. 침대 위에서 자고있는 내 몸 위에 검은 줄 몇 개가 그어져 있다. 잘 보니 줄지어 내 몸을 기어 올라온 개미떼였다. 그들은 성인 남자의 고함을 닮은 그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방 안에 그들이 만들어낸 거친 소음이 가득 차지만 나는 일어나지 못한다. 한 번은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밤에 누가 엎어가도 모를 거라고. 그렇듯이 나는 자면 깨어나지 못하는 체질이었다. 개미들은 턱을 열어 내 피부를 찔러다. 사실 입처럼 보이는 개미의 가위 모양 턱이 먹이를 찢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턱 사이로 무수히 많은 작은 이빨이 들어있는 입이 오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들은 내 살갗을 일제히 파고들고 나는 머지않아 잠옷과 백골만 남기고 사라진다. 내 몸은 개미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다. 빌라 건물처럼 부패한 냄새를 뿜을 것이다.

    그런데 무신경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죄를 저지른 것이다. 유진은 내가 우는 이유도 모르고 있는 멍청이였다. 그 아이는 나를 보며 그 멍청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아무도 안 봤어.”

    개미의 피와 다리가 붙어 있는 손가락을 옷에 문지르면서. 나는 그 순간, 그 아이와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함께 저지르리란 예감에 사로잡혔다. 유진은 개미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타고난 괴물이었다.

    우리는 죄로 얽힌 관계였다. 죄인이자 영원히 서로 감시해야 하는 간수였다. 어머니가 항상 말하곤 하던 주 예수 그리스도마저 등 돌린 원죄를 타고난 것이다. 부모는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죄였다. 어떤 자식도 제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부모는 우리의 죄였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알게 된 것이다. 유진은 나 대신 개미를 죽였고, 우리는 서로의 부모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날 그렇게 약속했다. 서로의 부모를 죽이자고.

    하지만 유진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주민회의 주최로 끈질길 방역 끝에 빌라에서 개미는 사라졌으며, 유진은 죽었다. 나는 유학을 통해 집에서 떨어져 나왔다. 마침내 저지르지 않은 죄, 실체 없는 망령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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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태 – 현관

    「기자 방문 사절. 방문 시 신고함.」

    「사진 절대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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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예란 – 하소연

    선생님은 예리를 찾아오셨다고 하셨죠? 그 아이는 여기 없어요. 외국으로 나갔거든요. 1년 전에요.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 미국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거든요. 미네소타 대학교요. 알아보니까 미국 공대 중에 제일 높다더라고요. 걔는 다행히 제가 아니라 애 아빠를 닮아서 공부를 잘했거든요. 애 아빠는 자길 따라서 한양대에 들어가길 바랐는데, 그런 일이 있었으니 유학도 반대를 못 한 거예요. 애가 강해서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는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어릴 적부터 친자매처럼 붙어 다니던 아이가 그렇게 끔찍하게 죽었으니까 말 안 해도 알죠. 거기다가 매일 같이 기자들이 들이닥쳐서 공부를 방해하지 않나, 방송국에서는 진을 치고 있지 않나. 마치 우리 애가 잘못한 것처럼 쫓아다니더라니까요. 아, 선생님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그때 그랬다는 거죠.

    예리는 옛날부터 공부를 잘했어요. 그러니까 유진이랑도 친하게 지냈죠. 걔도 공부는 썩 잘했거든요. 그렇지만 예리만큼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예리가 걔한테 공부를 가르쳤을 거예요. 걔는 남 가르치는 걸 좋아했거든요. 선생을 하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성적은 됐는데 걔가 싫어하더라고요. 애는 딱 질색이라면서.

    유진이요? 걔도 참 딱하죠. 그렇게 착한 아이가 그런 사고를 당할지 누가 알았겠어요. 애 엄마도 야박한 게 어떻게 애가 그 꼴이 났는데 얼굴 한 번 안 비추더라고요. 이혼했으니 이제 남남이라는 거죠. 자기 남편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아이한테까지 그래요? 남편은 그래도 자식은 핏줄인데. 우리끼리만 하는 얘긴데, 유진이 아빠도 그래요. 장례식 중에 여자를 불러들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독한 양반이니 유진이 엄마가 도망친 것도 이해가 되죠. 지금은 다른 여자랑 같이 살고 있는데 복도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순 자기 딸뻘이더라고요. 어휴, 징그러워. 꼴에 능력은 좋은가 봐요.

    아, 미안해요. 내가 말이 많아서. 사람들이랑 말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별 얘기를 다 하네요. 유진이는 어릴 적부터 알았어요. 옆집에 사는데 마침 우리 예리랑 나이도 같아서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어릴 적에는 친자매처럼 붙어 다녔어요. 우리 집에도 자주 와서 밥 먹기도 했고요. 의젓하고 조용한 애였어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옆집에서 언제나처럼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물건 깨는 소리가 나서 한 명 죽는 것 아닌가 걱정되는 마음에 나가보니까 그 애가 문 앞에 있더라고요. 그 어린 애가 울지도 않고, 그냥 자기 집 문 앞에서 귀를 막고 쭈그려 앉아 있더라니까요. 불러도 대답도 안 하길래 저는 죽은 게 아닌가 싶더라니까요. 다음 날에 마주치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저한테 인사하고 학교에 가더라고요. 초등학생인데 말이죠. 그 때만 해도 참 된 아이다 싶었죠.

    그런 아이였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이상한 아이들이랑 어울리는지 집에 밤늦게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나쁜 소문도 들리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줄까 봐 언제 한 번 딱 잘라서 말했죠.

    “예리랑 더 어울리지 말아 주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알다시피 이제 수험 기간이잖아? 우리 애한테 괜히 안 좋은 물 들이지 말고.”

    그러더니 한 번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가더라고요. 대답도 안 하고요. 그때는 뭐 그런 애가 다 있나 싶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야박했나 봐요. 그렇게 불쌍한 애인 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 걸 싶어요. 그게 다 자기 잘못이겠어요? 관리도 못하는 부모가 문제지. 하여튼 그 옆집 양반이 문제예요. 문에다 저런 걸 붙여놓고 하여튼 동네 망신은 다 시킨다니까요. 우리 집도 내놨는데 집 보러 왔다가 옆집 문에 저런 게 붙어 있으니까 팔리지도 않죠. 하여튼 민폐예요.

    아참, 예리가 기자분들 오시면 이걸 주라고 하더라고요. 자기한테 연락 오지 않게 알고 싶은 내용은 전부 적어놨다고. 그런데 웃기는 게, 그때는 그렇게 극성이던 기자들이 반년이 지나니까 발길이 뚝 끊기더라고요. 덕분에 남에게 보여주는 건 처음이네요. 읽고 돌려주세요. 혹시 다른 분들이 오시면 보여 드려야 하니까요. 저요? 저는 안 읽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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