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0년 7월 18일 – 타니

    타니가 오다.

    내 인생은 파멸했다.

  • ,

    2020년 7월 15일 – 소박한 상실, 소박한 망각

    자주 가던 카페가 문을 닫았다.
    워낙 두문불출했던 탓에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공사가 진행된 것을 보아, 어제오늘 일 같지는 않았다.
    별로 인상에 남지 않은 수수한 간판이었던지라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정갈하긴 하던 간판이 있던 자리에 대신,

    한우국밥 7,000원
    산더미불고기 9,000원
    점심특선 쌈밥정식 8,000원

    원색으로 형형색색한 간판이 들어서 있었다.


    땡볕 아래서 사다리를 타고 위험한 작업하는 인부님들께는 죄송했지만, 그것이 어찌나 가증스럽게 보이던지.
    키우던 물고기 주검 위에 올라탄 파리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적 키우던 물고기 색깔이나 종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일주일쯤 지나면 그곳에 카페가 있었다는 것도 까먹고 말겠지.

    소박한 상실, 소박한 망각.
    세상 일이란 게 그런 법이지.

    아참, 그러고 보니 오늘은 흰 구름 사이서 먹구름을 봤다.
    자글거리는 모양새라서, 먹구름이란 꽤나 눈에 띄구나 싶었다.

  • ,

    2020년 7월 14일 – 하루 늦은 일기

    집에서 하루 늦은 일기를 발견했다.
    이것은 도통 어디 쓰려 해도 쓸모가 없다. 앞으로 있을 일은 물론이고, 계획을 잡는 데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나마 쓸만한 곳이라곤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정도인데, 고작 하루 전 일은 지금 나도 충분히 기억한다.
    그러니 정말로 쓸데가 없는 것이다. 기왕이면 하루 이른 일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덕분에 나는 오늘 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일기를 찾지 못했다면, 오늘은 어제 일기를 적어야 했고, 내일도 어제 일기를 적어야 했겠지.

    그런 면에서 아주 쓸모없는 과거란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한들 역시 어딘가 쓰려고 하니 마땅한 부분이 없어서 책장에 끼워놓고 말았다.

  • ,

    2020년 7월 12일 – 일기의무제

    일기란 어렵다.
    日부터가 어렵다. 매일 무언가 반복해야 하는 제약이 생긴 것이다.
    이러려고 시작한 것이 아닌데.

    주도와 강제의 균형을 잡는 게 썩 쉽지 않다.
    주도적으로 일기를 쓰려고 시작하면, 꼭 그게 강제 같아서 지치는 것이다.
    첫날 일기는 주도적으로 쓰되, 다음 날부터 조금씩 강제적이 되는 셈이다.

    만약 군인들이 총칼을 들이밀고 일기를 쓰라고 한다면?
    그러면 이전보다 더 자주 쓰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 본성이란 것이 변하지 않아서 누군가는 일기를 쓰지 않겠지.
    그리고 암시장으로 발을 옮기면 일기 상인들이 있을 것이다.

    “7월 12일 자 일기 있어요?”
    “우리는 내일 일기만 팔아서… 7월 13일 일기는 관심 없어?”

    이런 식이 되겠지.

  • ,

    2020년 7월 11일 – 암탉

    최근 암탉 울음소리를 듣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주로 새벽 3시 40분쯤에 들린다.

    닭은 주로 해가 뜰 때 운다고 알고 있는데, 실은 해가 뜨지 않아도 우는 것이다.
    그러니 무엇을 기준 삼아 울게 되는 건지 알기 어려워졌다.

    제깟 것이 시계를 보는 법을 알지도 못할 텐데.
    자다가 깨면 기지개 켜듯이 우는 게 아닐까 생각해도, 그렇다면 암탉은 하루도 늦잠 자지 않는 것이 된다.

    내 추측은 이렇다.
    어디선가 암탉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듣고 눈치껏 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세계 어딘가에 첫 울음의 시발점이 있었겠지.
    암탉 전파탑이 되어서 주변에 파장처럼 퍼져 나는 것일까.

전체글 작업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완결) 단편 기타 유서 일기 수필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