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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작업을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 투 더 퓨처에서 드로이얀을 타고 과거로 날아오는데 사용한 속도가 시속 88마일이라는 것이다. 본 소설 작중 등장한 인류 한계 속도와 곂치니 재밌는 우연이었다. 하지만 마냥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것이, 88이라는 숫자에는 어느 정도 필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1. 무한과 시간의 관계

    백 투 더 퓨처의 감독님이 나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면, 무한을 연상시키는 8을 시간과 엮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무한이 가진 특수성 때문인데,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무한과 시간을 항상 같이 다뤄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자연학’을 통해 무한이 실재하지 않는 개념이라 밝혔으나, 오로지 시간과 개념상의 우주만이 무한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탁월한 접근 방식에, 흥미로운 결론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은 칸트에게도 이어졌고, 무한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현대에도 무시하지 못할 개념임은 분명하다.

    2. 8을 이용한 것 중 현실적인 수치

    마일 단위는 참 절묘하다. 킬로미터라면 그리 절묘한 숫자가 나오지 않았을텐데, 88마일은 절묘하게 현실과 몽상 사이에 있는 숫자이다. 이르지 못할 것은 없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속도, 그것이 바로 시속 88마일이다.

    내 소설의 배경이 19세기 런던, 즉, 시속 88마일 운송수단이 상용화 되지 않은 시대라는 점도 이런 소재를 다루기 쉽게 도와줬다. 에펠탑 낙하 사건은 그야말로 번뜩이는 착상이었는데, 아주 재밌게 녹여낸 것 같다.

    3. 뭔가 또 있었던 거 같은데

    88마일에는 또 하나 주요한 착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뭐였더라?

    여하튼, 이렇듯이 시속 88마일에는 필연성이 있으니, 비슷한 소재로 동일한 착상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수렴진화 같은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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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 31일 – 나태

    내 소설의 뒷 내용을 보고 싶은데, 쓰기가 너무 피곤하다.
    현실의 사사로운 일들이 사방으로 압박해 와서 작업에만 집중하기가 힘들다.

    내적 세계에서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자신의 차례를 달라고 보채고 있다.
    나도 그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고 동하면서….

    몸은 고되고, 정신은 둔하고.
    피로가 쌓였나?

    내일도 나는 해야하는 일이 있으니, 작업이 아마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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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 25일 – 신화

    체계적인 신화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너무 진지하지는 않게, 소설이나 게임, 그런 창작물 류로 소비될 만한 그런 신화…

    음… 재밌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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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 21일 – 절필

    자신의 능력을 아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1년 넘게 글을 쓰고 있으면서, 내가 하는 일에 어떠한 확신도 없다.

    운이 좋아 연재는 시작하였다만, 처참한 성적이 내 감성은 보편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허나, 기술은 어떤가.

    그 부분이야말로 의문이다. 나는 처음과 비교하여 어떠한 발전을 하기나 했는가.

    나의 평가로는 오히려 심대한 퇴행이 있었다. 내가 웹소설을 쓴다는 면에서, 비주류에 대한 아집은 병적인 수준이다.

    작가들은 차기작을 말하지만, 나는 두려움밖에 느끼지 않는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작가로서 내 존재 가치는 완전히 소멸할 거란 직감이 있다.

    무엇이 읽고 싶은 글이고, 무엇이 그러지 않은가.

    혹여 나는 독자를 기만하고 있지는 않나.

    나처럼 가치 없는 자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게 우행인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무얼 해야는지 전혀 모르겠다.

    배움이 필요하다. 오직 배움만이 수명을 늘린다.

    나는 빛의 편린이다.

    찰나에 걸쳐 빛나다가, 어디선가 부딪혀 산산이 깨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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