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문인 중에서도 기이한 경력을 가진 폴 발레리가 집필과 단절하여 지낸 세월은 거의 20년에 이른다. 나는 동년의 작가들이 금자탑을 쌓는 동안, 삶과 재능을 한없이 허비했다.
그렇기에 폴 발레리인 것이다. 오직 그만이, 나의 저열한 열패감과 6년이라는 경력 단절을 위로해 준다. 하지만, 내가 폴 발레리인가? 최인훈도, 피츠제럴드도 되지 못한 내가.
최근, 나는 고도화된 피로를 느낀다. 이렇게 말하면 꽤 훌륭한 것처럼 들리지만, 그 본질은 언어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장을 매개로 다루는 우리 같은 족속들에게, 언어화가 어렵다는 것은 실로 나태하고, 별 볼 일 없는 것이다.
(혹은 그만큼 가치가 없거나)
어쨌거나, 나는 전에 없이 고도화되어 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세월이 얼마나 무자비할 수 있는지 보았다.
20년의 시간이 antihoney에게서 무엇을 빼앗았는지 보았다.
바람이 분다. 그렇지만, 살아야 할 이유는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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