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부터 지금까지 12시간 동안 글을 지우고 있다.
글을 지우는 것이야말로 나의 본업이다. 쓰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안이나 밖이나 쓰레기 같은 문장이 넘쳐나서 새 창작이 발 디딜 틈이 없으니, 나는 이 글을 모두 지워야 하는 것이다.
한참 글을 덜어내고 뒤를 돌아보면, 지우고 온 만큼 같은 양의 쓰레기 같은 문장이 다시 놓여 있다. 욕심인가, 미련인가. 무엇이든 나처럼 재능 없는 자가 가질 마음이 아니다. 떨쳐내자, 떨쳐내자.
나의 명함에는 작가가 아닌 청소부라는 직함이 적혔는데, 실은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지도 못하니 이조차 너무 과분한 호칭이다. 나는 작가를 꿈꾸기 이전에 청소부부터 되어야 순번이 바르다. 나는 대체 뭘 쓰고 있단 말인가.
키리에 엘레이손, 키리에 엘레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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