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을 보다 보면 유독 캄브리아기 생물에 관한 묘사가 많다.
<그로테스크>의 할루키게니아, 삼엽충, 아노말로칼리스 등, 국내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빈도의 등장이다.
나는 그에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우리가 어린 시절 벽에 알파벳이나 한글, 세계지도 따위를 붙여놓은 것처럼, 어쩌면 일본의 특정 세대에는 캄브리아기 바다 생물을 다룬 벽지가 유행하지 않았을까.
그 결과 창작을 주도하는 일본 기성 세대 사이에 캄브리아기라는 공통 정서가 싹트고, 이것이 반영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 유행은 캄브리아기처럼 금새 지나갔을 것이다. (대략 5천만년 정도 사이에)
요즘 등장하는 창작물에는 캄브리아기 생물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대멸종이다.
그러니 이 정서는 일본의 현 4~60대 사이의 비밀스러운 공감대인 것이지.
나는 그 세대도 아닐 뿐더러, 그 문화권에 속하지도 않았으니 진위 여부는 알 수 없겠지만, 고대의 낭만을 함께 품은 세대라고 하면 썩 로맨틱하게 들리지 않던가.
혹시 모르지. 먼 미래에는 인류를 놓고 이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세대가 생길 지도.
그들의 소설에는 비닐 봉투와 아스팔트 건물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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